No.5 ISSUE 06
2020.04.03

감염병 주요 뉴스
클릭 핫 뉴스
감염병 FOCUS
  기침은 방귀처럼  
대전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다음 날(2020.2.22) 토요일 오전의 대기실에 환자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다 가렸지만 불안감을 띈 눈동자를 감출 수는 없었다. 누군가의 기침하는 소리에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밖에 나가서 대기하는 환자도 있었다. 나는 진료 시작 전에 대기실로 나가 불안감에 떨고 있는 환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부탁을 했다.
“<기침은 방귀처럼 마스크는 속옷처럼> 이렇게만 해 주시면 기침을 통한 감염병의 전파를 막을 수 있습니다. 기침은 방귀처럼 참았다가 다른 사람이 없는 밖에서 해 주시고 마스크는 혼자 있을 때만 내리시면 됩니다. 마스크도 안 쓰시고 타인을 향해 기침하시면 <감염폭력>입니다. 기침 예절을 다 같이 지키면 모두가 안전할 것이고 한 사람이라도 지키지 않으면 모든 사람이 불안해집니다.”
사람은 누구나 하루에 500-1,500mL의 방귀를 8-20회 걸쳐 방출한다. 방귀의 구성성분은 99% 이상이 냄새가 없는 산소, 질소, 이산화탄소 등의 가스이다. 1% 미만이 냄새가 나는 황화수소, 메틸메르캅탄 등 휘발성 황화합물이다. 방귀는 고약한 냄새가 있지만 미생물이 없고 화학물질로 이루어진 기체이기 때문에 감염병을 전파할 수는 없다. 반면에 기침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등의 미생물을 비말 안에 포함하고 있어 고약한 냄새는 없지만 타인에게 감염병을 전파시킬 수 있다.
음식물을 먹다가 흡인에 의해 갑자기 발생한 기침 등은 기도확보를 위해 바로 해야 한다. 하지만 객담이 거의 나오지 않는 마른기침이나 만성기침 등은 어느 정도 참을 수 있고 오히려 반복적인 기침은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더 많은 기침을 유발하기도 한다. 병원에 내원하는 대부분 환자들의 기침은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어서 사람이 없고 환기가 잘 되는 장소로 옮겨서 할 수 있다.
기침과 방귀의 구성성분을 보더라도 기침이 냄새만 없을 뿐이지 방귀보다 공공보건학적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타인의 건강에 심각한 해를 가할 수 있다. 하지만 기침 예절이 방귀 예절보다 관대한 정도를 넘어 때로는 기침을 삼가야 하는 상황에도 거침없이 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필자의 개인적 의견임을 밝히며 문화적 해석과 역사적 해석을 해보겠다.
기침은 보통 사극에서 보이듯이 양반이 ‘이리 오너라!’하며 머슴을 부를 때나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불만을 표시할 때 주로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침은 품위 있고 권력 있는 자들이 남들 앞에서 거리낌 없이 하는 행위로 여겨져 온 것 같다. 반면 방귀는 민담에 자주 나오듯이 시집살이하는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소박맞는 이유가 되곤 했다. 방귀는 냄새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약자가 강자로부터 핍박을 받는 구실이 될 수 있으므로 남에게 들키지 않게 해야 했던 것이다.
고대 사회에서는 전염병이 나쁜 공기를 통해서 전파된다고 믿었다. 미아스마설(Miasma theory)은 유행병의 원인이 썩는 물질에서 나오는 오염된 공기라고 보았다. 미아스마설에 의하면 유행병은 사람들 사이에서 직접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오염된 공기가 발생한 지역에 노출된 사람들이 감염되는 것이다. 그래서 전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악취의 제거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19세기 중엽에 세균설(Germ theory)에 자리를 내주기까지 미아스마설은 유행병의 주요한 학설이었으니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행동양식에도 영향을 주었으리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생리적 현상인 방귀소리를 자신의 것 외에는 듣기 어렵지만 기침 소리를 일상생활에서 쉽게 듣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신종 바이러스 질환이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는 이 시대에 기침에 대한 문화적 관대함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방귀를 뀔 때만큼의 예의가 필요하다. 야생동물이나 가축에 있는 수많은 바이러스들을 파악하고 언제 어디서 어떤 질환이 발생할지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각각의 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제와 백신을 개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야생동물의 바이러스가 인류로 숙주전환을 하려면 바이러스에 인간의 접촉, 종간 장벽(species barrier)을 넘어선 감염, 사람 사이의 전파, 바이러스의 인간에 적응하기 위한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야 한다. 이 과정은 항상 일어날 수 있고 신종 바이러스 출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인적교류가 활발한 현대사회에서 사람 사이의 감염이 시작되면 판데믹은 더욱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이제 감염병의 전파를 막기 위해 인류가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악수, 볼키스, 포옹 등의 문화도 변하고 있다. 새로운 감염병은 언제 출현할지 알 수 없고 누구라도 최초감염자가 될 수 있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다. 발생 후의 어떠한 방역 조치보다 평소에 ‘기침은 방귀처럼’ 하는 문화적 습관의 변화가 예고 없이 오는 유행병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강력한 방패가 될 수 있다. 모든 감염병을 방역시스템과 의료시스템만으로는 완벽하게 막을 수 없고 과도한 부하가 걸릴 경우 붕괴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코로나19 판데믹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활기찬 도약을 기원하며 필자가 애송하는 시구(時句)로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대전 이양덕내과 이양덕
감염병 퀴즈
다음 중 코로나19
치료제로 연구중인 약이
아닌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