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5 ISSUE 10
20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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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나라의 코로나19 임시 치료 시설들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인 대유행을 일으키면서 국가별로 자국의 상황을 반영한 여러 대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판데믹 속에서 검사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인 드라이브스루 검사 시스템이나 경증 환자를 수용, 치료하였던 생활치료센터 등이 이슈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의 생활치료센터를 중국 및 영미권 국가들의 임시 의료시설과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한국의 생활치료센터
한국에서는 2월 18일 대구에서 31번 환자가 발생한 이후에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였습니다. 2월 28일 이후 12일간 총 2,900명의 환자가 추가로 발생하였는데, 대부분 대구 경북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모든 확진 환자를 병원에서 격리 및 치료하였는데 확진자가 급증함으로써 점점 입원 대기가 늘어나고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 중 사망 환자가 발생하는 등 병상 부족의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당시 중국에서 보고된 임상자료를 보면 약 80%의 환자들은 의학적으로 입원이 요구되지 않고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는 경증 환자였습니다. 따라서 의료시설의 과밀화와 중증 환자의 치료 지연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경증 환자들을 병원 이외의 시설에서 격리하여 치료하고 입원치료가 필수적인 중등도 이상의 중증 환자들을 병원에서 치료하는 방안이 제시되었습니다. 이에 방역 당국에서는 경증 환자들을 격리하면서 관찰하고 증상이 악화될 경우 병원으로 전원할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를 설립하고 운영하게 됩니다.
주로 대구 경북과 가까운 지역에 위치한 정부 소속의 연수원이나 교육원이 생활치료센터로 이용되었고 민간 기업의 연수원도 활용되었습니다.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환자들에게는 숙식이 제공되었고 필요시 기본적인 의약품도 제공되었습니다. 각 센터별로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이 배정되었고 책임 의료기관 소속 의료진들이 다른 자원봉사 인력들과 더불어 각 센터의 감염관리와 환자의 진료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생활치료센터에 입원한 환자들에 대해 증상 모니터링이 이루어졌고, 체온, 산소 포화도, 흉부 방사선 소견 등등을 바탕으로 중증으로 진행하는 경우 병원으로 이송하였습니다. 또 장기간 격리 생활에 따른 스트레스에 대해 심리 상담이 가능한 인력이 상주하였고 정신과 전문의와도 면담이 가능하였습니다. 입소 후 정기적인 코로나 추적 검사가 이루어졌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퇴원 기준을 만족한 환자들은 귀가하도록 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4월 30일까지 3,818명을 수용할 수 있는 16개의 생활치료센터에서 설립되었고 3,814명의 환자가 입소, 3,050명의 환자가 퇴소하여 대구 경북지역에서 발생한 환자 7천여 명 중 43% 정도를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해외 입국자와 자가격리가 어려운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생활치료센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Reference: 보건복지부, 생활치료센터 출범 배경과 운영 상황, 2020.05)
중국의 팡캉 임시 병원(Fangcang shelter hospital, 方艙醫院)
2020년 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기존 병원의 병상이 부족해졌고, 스테디움과 컨벤션센터를 이용하여 팡캉 임시 병원이 설립되었습니다. 이런 팡캉 임시 병원은 기존에 존재하는 인프라를 이용하여 설립되었으며 하루 이틀 안에 대규모 병원 시설을 갖추도록 건립되었습니다. 약 3주간에 걸쳐서 13,000 병상을 가진 16개의 팡캉 임시 병원이 설립되었고 이후 한 달 동안 12,000명의 경증의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였습니다.
팡캉 임시 병원은 환자들에게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였고 확진 환자를 격리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는 한국의 생활치료센터와 유사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경증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악화되는 환자를 중환자 진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하는 기능 또한 생활치료센터와 동일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반면 팡캉 임시 병원은 기본적으로 병원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수액과 산소 공급이 가능한 면에서 생활치료센터 보다 좀 더 나은 의료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에 공개된 사진으로 파악하기로는 대규모의 침상들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장기간의 입원기간 동안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아 불편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환자들이 모여 있는 것이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다양한 활동을 가능하게 하여서 환자들의 심리적 치료에도 도움이 되었다는 의견도 있다는 점입니다.
(Reference: Fangcan shelter hospitals: a novel concept for responding to public health emergencies. Lancet 2020 18;395(10232):1305-1314)
최근에는 미국과 영국의 임시 치료 센터(Alternative Care Sites)들의 경험들이 조금씩 언론과 학계를 통해 소개되고 있습니다. 중증 호흡기 환자를 전문적으로 보는 시설이나 중환자실 케어를 전문적으로 하는 시설을 운영해 보기도 하였으나, 이러한 시설들은 설립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었으며 숙련된 의료진을 구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에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낮은 회복기의 코로나19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회복기 임시 병원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 회복기 임시 병원에서 요양원이나 노숙자 보호소에서 발생하는 환자들을 수용함으로써 이런 사회적인 취약 기관에서 발생하는 유행을 예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Reference: NEJM catalyst, Alternative Care Sites for the COVID-19 Pandemic: The Early U.S and U.K Experience)
이렇게 한국의 생활치료센터를 비롯하여 중국과 영미권 국가의 임시 치료 시설들을 간략하게 리뷰해 보았습니다. 대유행시 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상이 부족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경증의 환자를 병원 외의 시설에 수용하였다는 점, 기본적으로 환자들을 격리하면서도 환자들을 모니터링하여 중증으로 진행하는 환자들이 적절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은 대부분 공통적인 특징으로 관찰됩니다. 영미권 국가들의 임시 치료 시설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이제 서서히 경험들이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추후에도 지속적인 확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와 보건 환경을 가진 나라들에서 어떤 임시 치료 시설이 운영되었는지 확인함으로써 추후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급증하는 상황에서 보다 유연한 대응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울산의대 감염내과 김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