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5 ISSUE 15
20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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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 전투와 포루(砲樓)
징비록에서 유성룡은 2차 진주성 전투를 예상하고 경상우도 순찰사인 친구 김성일에게 ‘적이 조만간 다시 쳐들어올 것이네. 그들은 지난해의 원수를 갚기 위해 대부대를 동원할 것이니, 성을 지키기가 예전과 달리 쉽지 않을 것이네. 포루(砲樓)를 세워 대비해야만 문제가 없을 것이네.’라는 편지를 보낸다. 김성일은 여덟 곳에 포루를 설치하려 했으나 ‘예전에는 포루 없이도 잘 지켜 적을 물리쳤다’는 반대에 부딪히고 본인도 병사한다. 또한 의병장 곽재우 등도 여러가지 이유로 수성(守城)에 참여하지 않는 불운이 있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의료진, 방역당국, 그리고 국민은 지쳐가고 있다. 또한 여름이 지나고 가을, 겨울이 오면 인플루엔자 유행까지 발생할 수 있어 대한민국은 1차 진주성 전투를 마치고 8개월 뒤의 2차 전투를 앞두고 있는 진주성과 같은 상황이지 않을까 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대다수 국민들의 수준 높은 시민의식과 의료진의 헌신 그리고 방역당국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닥쳐올 감염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방역체계에 포루(점검과 보완)를 세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일선 진료 현장에서 개원의로서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이렇게 되면 좀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것에 대해 정리해 본 것이다.
1. 역학조사와 동선공개
코로나19검사는 양성일 경우 관계기관에 즉시 보고된다. 하지만 확진자가 경유한 의료기관에는 한나절이 지나 통보(환자 이름은 개인정보로 알려주지 않음)되기도 하며 역학조사는 그 다음날로 미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자칫 중요한 시점을 놓칠 수 있다. 환자 발생이 많아지면 이 시간은 점점 길어질 것이다. 코로나19에 노출된 의료기관이 역학조사 없이 전파의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코로나검사 양성일 때 관계기관에서 DUR(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 등을 활용해 14일 이내에 방문한 의료기관에도 바로 정보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노출된 의료기관에서 CCTV 등 역학조사에 필요한 자료 준비로 빠른 역학조사가 가능해지고 보건소의 방역을 기다리기보다 원내의 환기, 환자동선에 따른 자체소독 등을 즉시 시행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의 선 동선공개, 후 역학조사는 반드시 지양(止揚)되어야 한다. 역학조사 후 밀접접촉자가 없어 비공개로 전환되더라도 이미 SNS에 퍼진 코로나19 경유라는 낙인효과는 해당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동네상권에도 심각한 타격을 준다. 불가피하다면 역학조사 전까지 동선공개를 미룬 하루 휴진이 피해가 적고 불필요한 불안을 없앨 수 있다. 의료기관이 안전하게 보호되지 않는다면 코로나19와의 싸움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2. 환자의 진술
역학조사를 거부하거나 거짓 진술한 경우에는 감염법상 형사처벌, 본인 치료비 청구, 구상권 행사 등의 강력한 조치를 지자체가 취함으로써 환자의 동선(動線)은 장소와 시간이 감탄할 정도로 매우 상세하다. 하지만 진료에서 의료진에게는 직장내의 코로나19 확산, 코로나검사 결과(검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음성이라 하거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음성이라 함), 발열(해열제를 복용) 등을 숨기기도 한다. 진료 중에 의료진에게 중요한 정보를 은폐하는 것이 역학조사 시의 거짓말보다 전파차단의 기회를 놓친다는 점과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공공보건상 위험이다. 진료시의 거짓말은 역학조사시의 거짓말보다 더 엄중히 다뤄져야 하며 감염병의 경우 역학조사에서 거짓진술의 시점을 진료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3. 유성룡의 지혜
‘코로나19가 전파된 의료기관은 병원의 방역 조치 미흡에 따른 행정조치가 이뤄질 수 있는지 관련 근거를 찾는 등 검토하고 있다’라는 보도는 지칠 대로 지친 의료진의 마음을 억누른다. 하지만 어디에도 ‘방역단계에서 거르지 못했고 직장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발생했음을 감추고 코로나검사를 음성이라고 거짓말한 환자로부터 원내감염과 지역사회 확산을 최전선에서 막아낸 의료기관에 감사패를 주었다.’라는 의료진의 사기를 높이는 기사는 보지 못했다. 유성룡은 ‘전란을 만나 도탄에 빠진 백성을 다그치기보다는 타이르는 편이 낫다’고 했고 벌보다는 상으로 흉흉한 민심을 수습했다. 코로나19의 전파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엄중 처벌하는 것보다 지역사회 확산을 차단한 의료기관에 대한 포상이 의료진의 사기를 높이고 정부정책에 대한 협조를 이끌어내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임진왜란을 극복하기 위해 조선은 의병(義兵)의 활약이 절실하였다. 오늘날 코로나19라는 현대판 전란(戰亂)의 시기에 대한민국은 의병(醫兵)의 사기를 높여 자발적인 동참을 이끌어내야 한다.
1차 진주성 전투 때 진주목사 김시민은 경상우병사 유숭인의 진주성 입성을 거절하였다. 그 이유는 상관인 유숭인이 성내로 들어오면 짜 놓은 계책이나 지휘 계통에 혼선이 생길까 염려하였기 때문이었다. 직급이나 서열의 우위를 따지는 것보다 효율적인 지휘체계를 택한 것도 승리의 한 요인이었다. 우리는 포루(방역체계의 점검과 보완)를 설치하고 효율적인 컨트롤타워를 구성하여 코로나19 팬데믹과 새로운 감염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지킬 것이라 믿고 간절히 기원한다.
대전 이양덕내과 이양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