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부터 인후통, 근육통, 오한이 있어서 동네에 있는 OO의원에서 두 번, XX의원에서 한 번 진료를 받았는데 코로나 검사를 해보라는 소리는 한번도 들은 적이 없어요. 몸이 계속 안 좋아서 보건소에 찾아가서 검사를 받았더니 코로나19 진단을 받았네요. 어느 병원이든 코로나 검사를 하라고 했으면 받으러 갔을텐데…”
위 내용은 증상 발생 후 7일이 지나서 뒤늦게 코로나19를 진단받아 입원한 70대 환자의 회진 시 대화입니다. 환자는 내원 당시 이미 산소 포화도가 85%로 떨어져 있었고 운동 시 호흡곤란이 있었으며 흉부단순촬영에 양측 폐침윤이 있어 중증 코로나19로 진행하는 중이었습니다. 다소 몸이 힘들다는 표현은 했지만, 호흡곤란으로 인한 의식 저하나 생체 징후의 불안정은 없이 걸어서 입원하였습니다. 코로나19가 대응하기 어려운 점은 이렇게 질환이 진행된 상태에서도 환자는 심각하다는 자각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는 증상만으로는 일반 호흡기바이러스 감염과 구별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주요 증상으로는 발열, 기침, 호흡곤란, 오한, 근육통, 두통, 인후통, 후각·미각 소실 등이 있고, 그밖에 오심, 설사 등의 증상이 있다고는 하지만 증상을 느끼는 개인차가 커서 인지하지 못한 채 질병이 상당히 진행되어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최근에 내원하시는 고령 환자들은 질환의 초기에만 사용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할 시점을 놓치고 폐렴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진단되어 인공호흡기 치료나 스테로이드 요법으로 바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림 1] 코로나19 확진자 입원/입소 시 주요증상
* 20.4.30일까지 격리해제 또는 사망한 확진자 중 의무기록이 확인된 자료의 분석결과, N=8,976명
출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지침 (의료기관용)
11월 중순을 기점으로 우리도 지역사회 감염이 상당히 확산되고 있고, 특히 다음 그림과 같이 청장년층에서 증가하던 추세가 이제는 고령층까지 확산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 2] 수도권 연령별 코로나19 유행곡선 (2020. 10. 1. ~ 12. 10.)
출처: 수도권 공동대응 상황실, 국립중앙의료원
지역사회의 확산을 막고 고령 및 기저질환자들의 적극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조기진단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감기증상을 가진 환자들에게 대증치료를 할 것이 아니라 빨리 코로나19 검사를 먼저 받아 배제진단을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질병관리청에서 개정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지침 9-4판”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상 시(또는 별도공지 기간)에는 역학적 연관성이나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가능하게 변경되었습니다.
코로나19를 빨리 진단하여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환자의 예후에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또한 지역사회에 확산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는 증상만으로 감기와 독감, 코로나19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코로나19를 먼저 배제하고 나서 나머지 증상을 조절하는 순서로 진료를 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입니다. 코로나19와 함께하는 동안 우리는 이번 겨울 뿐만 아니라 상당히 오랫동안, 우리가 해오던 감기(급성상기도감염)의 진료 환경을 바꾸게 될 것 같습니다.
이미 호흡기감염병을 안전하게 진료할 환경을 만든 의료기관에서는 개인보호구를 잘 착용하고 검사를 하고, 검사 후 환기 및 환경소독을 철저히 해서 다른 환자에게 감염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검체 채취가 여의치 않은 의료기관에서는 가까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게 안내해서 조기진단에 힘을 써야겠습니다.
적절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조기진단”이 동반되어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의료 역량 안에서 긴 겨울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인천광역시의료원 감염내과 김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