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모든 국민이 힘든 시간을 보낸 지가 어느덧 1년 반이 지나버렸다. 그리고 이제 기대하던 코로나19 백신이 나왔고 접종을 시작하고 있다. 작년에 진료실에서 환자들은 근심 어린 눈으로 ‘원장님 저 코로나는 아니죠?’라고 물어봤다면 이제는 ‘저 코로나 백신 맞아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어떤 경우에는 진료의 목적이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해도 되는지 그리고 언론에 보도되는 합병증이 자신에게는 발생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확답을 듣고자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어떤 합병증이 발생할지 미리 확인해 줄 수 있는 검사는 없다. 이에 필자는 진료실에서 받았던 환자들의 질문과 불안감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1. 임신, 수유: 수유부 접종 가능, 임산부 접종은 미국, 유럽에서는 허용
2. 코로나19 백신 알레르기: 변비약, 대장내시경 장세척제, 필름코팅정에 대한 알레르기
3.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18세에서 49세 여성 주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 접종 시)
4. 심근염/심낭염: 16세에서 29세 남자 주의 (화이자, 모더나 백신 2차 접종 시)
5. 혈액응고장애나 항응고제: 23게이지보다 작은 주사바늘, 2분 접종 부위 누르기
6. 항생제, 스테로이드: 경증 질환의 항생제나 스테로이드 치료 시 접종 가능
1. 임신하면 어떡하나?
국내에서는 임산부에게 코로나19 백신은 임상시험자료가 부족하여 금기로 되어 있으나 유럽과 미국에서는 접종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최근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접종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국내에서도 조만간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접종 전 임신 검사나 예방접종 후 피임은 필요치 않다.
2.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 않을까?
코로나19 백신 구성 성분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거나 1차 접종에서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일어난 경우는 접종 금기이다. 백신 성분과 관련 없는 알레르기는 예방접종 금기가 아니나 접종 후 30분 관찰을 해야 한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에는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이 들어있는데 변비약이나 대장내시경 장세척제에도 사용된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에는 폴리소베이트(polysorbate)가 있는데 정제의 표면을 코팅하여 삼키기 쉽고 보기 좋게 만든 필름코팅정에 사용된다. 즉, 변비약, 대장내시경 장세척제, 필름코팅정 등을 먹었을 때 알레르기 반응이 없었다면 코로나19 백신의 구성성분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은 가능성이 낮을 것이다.
3.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이 생기지 않겠나?
정맥혈전증의 과거력이나 위험인자, 혈소판감소증이 없었던 혈전증의 과거력이 있는 환자가 혈소판감소성 혈전증에 더 취약한 것 같지는 않다.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 접종 후 드물지만 18세에서 49세의 여성에서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알려졌다. 현재 접종계획을 보아도 해당 연령의 여성에게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은 없다.
4. 심근염/심낭염이 생긴다는데?
심근염이나 심낭염은 16세 이상의 젊은 남자에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1차 접종보다는 2차 접종 후 발생하는데 발생 빈도도 낮으며 치료에 잘 반응하고 빨리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5. 혈액응고장애나 항응고제 복용하는데 근육주사 맞아도 되나?
23게이지보다 작은 주사바늘을 사용하고 2분 정도 단단히 눌러주면 된다. 아스피린이나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코로나19 백신접종을 위해 약을 중단할 필요가 없다.
6. 항생제, 스테로이드 복용하는데 접종해도 되는지?
경증질환으로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코로나19 백신을 미룰 필요는 없다. 코로나19 백신은 면역억제제 뿐만 아니라 스테로이드 치료 중에도 접종 가능하다.
이제 국민의 행복을 위해 코로나19 출구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그 목적을 위한 도구의 하나로 아직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코로나19 백신을 선택했다. 물론, 백신과 집단면역이 없어도 일시적인 코로나19의 퇴치(elimination)가 가능함을 뉴질랜드의 사례에서 볼 수 있었지만 방역과 봉쇄만으로 퇴치를 유지하기에는 많은 고통이 따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천연두는 동물 감염원(animal reservoir)이 없기에 박멸(eradication)이 가능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우 박멸을 위해서는 감염이 되어 회복하거나 백신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이루어야 하고 그 면역력이 새로 발생하는 변이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이며 지속되어 재감염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동물 감염원을 갖고 있는 코로나19에서는 요원한 바람(boulesis)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따르면 바람은 합리적 선택(prohairesis)이 될 수 없다. 그 이유는 합리적 선택의 대상은 우리의 지성과 힘으로 행할 수 있는 것으로 우리의 행위에 의해 성취 가능하며 일반적으로 수단적인 성격을 가져야 되는데, 바람은 자발적이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것이나 자신의 노력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도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합리적 선택은 가능할까?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은 축적되고 있어 무지(無知)에 의한 잘못된 행위를 할 가능성은 점차 줄고 있다. 일례로 부작용을 정확히 예측하는 검사는 없지만 임상경험을 통해서 혈소판감소성 혈전증과 심근염, 심낭염의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환자군들을 알게 되었고 그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백신의 완전무결함을 기대하는 바람보다는 장기적으로 보면 백신접종의 보편화가 코로나19와 인류의 병존(竝存)을 통해 좀 더 빨리 이전의 삶을 찾게 해 주는 현실적 선택이지 않을까 한다.
대전 이양덕내과 이양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