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6 ISSUE 16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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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환경에서의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며
“57세 남환, 어제 입원하셨습니다. 혈압 135/80, 맥박 80회, 호흡수 20회로 안정적이나 실내 산소포화도 91%로 어제 렘데시비르, 덱사메타손 투여하고 산소 5리터 투여 중입니다.”
“증상 발현 몇일째죠?”
“일주일 전부터 감기 증상이 있어 동네병원에서 두 번 감기약을 처방받아 드셨다고 합니다.”
“환자분 감기 증상이 오래되었는데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보시지 않았네요?”
“병원에 두 번이나 갔는데 아무 말도 없던데요?”
“…”
“제가 너무 늦게 진단되었나요? 저는 숨차지는 않은데 산소를 하고 있으니 머리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던 것이 훨씬 나아지기는 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 유행 기간입니다. 예전처럼 감기 증상이 있을 때 대증치료를 먼저 하고 안 좋아지면 검사를 해보는 것보다 원인 바이러스에 대한 검사를 먼저 하고 증상 조절을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으로 감기 진료를 하는 형태는 매우 달라질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잘 치료받으시면 큰 후유증은 없이 좋아지실 수 있으니 너무 많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날마다 10~20명의 환자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있고, 신환들에게 문진을 할 때마다 변함없이 겪는 상황입니다. 감기를 증상만으로 코로나19와 구별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19는 초기에 치료제를 투여하거나 집중적으로 관찰할 환자를 선별해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최근 델타 변이주는 임상 악화 속도가 훨씬 빨라져서 더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25세 남환, 오늘 오전 OO생활치료센터에서 전원오신 분입니다. 증상 발생 3일째고 어제 생활치료센터 입실했다고 합니다. 혈압 145/90, 맥박 110회, 체온 39.7도, 산소포화도 89% 입니다만 환자는 열감은 있으나 힘들지는 않다고 하십니다. 현재 고유량 산소치료 O2 30L/min, FiO2 0.5로 적용 중입니다.”
“증상 발생 3일째밖에 안된 20대가 이렇게 빠르게 폐렴이 진행을 했네요. 기저질환이 있으십니까?”
“따로 진단받으신 기저 질환은 없다고 합니다.”
“환자분 BMI(체질량지수)는 얼마죠?”
“키 174, 몸무게 102킬로, BMI 33.6입니다.”
“…”
“제가 비만이어서 더 심해진건가요?”
“네, 코로나19가 중증으로 진행하는 위험인자로 나이와 함께 가장 중요한 것이 비만입니다. 고령이 위험한 것은 누구나 잘 아시는데, 비만으로 이렇게 힘들어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이유는 정확히 찾지 못했지만 확실한 위험인자 중에 하나입니다. 혹시 지금 숨찬 느낌은 없으신가요?”
“심호흡할 때 가슴이 답답하고 평소보다 숨을 깊이 쉴 순 없지만 숨차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자각증상이 병세에 비해 심하지 않은 것이 코로나19의 큰 위협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작년 초반 대구경북 지역 유행 시에 자택에서 40대 환자가 사망한 것이 크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건강상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델타 변이 코로나19의 임상경과는 기존의 비변이 균주와는 매우 다릅니다. 증상 발현부터 폐렴 진행까지의 경과가 2~3일 정도 빠르고 바이러스 지속 기간도 길어져서 폐렴의 유병 기간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으면서 비교적 중증으로 진행할 확률이 높은 50대 환자들에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비만”은 초기부터 주요 위험인자로 보고되고 있으며, 비만 뿐만 아니라 “과체중”이라 하더라도 중증 코로나19로 진행할 위험이 증가하므로 감염 초기부터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합니다.
“제가 어제 회진 때 말씀드렸다시피 지금까지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알려진 모든 약들을 투여했는데도 오늘 상태는 더 악화되었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고유량 산소치료기의 90% 정도까지 높였는데도 산소포화도가 유지가 잘 되지 않아 안타깝지만 다음 단계인 인공호흡기 치료를 시작해야겠습니다. 가족 분들과 마지막 통화를 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숨이… 차서… 말을 오래 하기는 힘든데…”
주섬주섬 휴대폰을 챙겨 들어 자가격리 중이라는 딸에게 전화를 겁니다.
“OO야, 나… 이제.. 갈 때가. 되었나 보다... 우리 손주도 못 보고… 먼저 가서 어떡하냐…”
수화기 넘어 들리는 딸의 흐느낌은 시끄러운 산소포화도 알람 소리를 뚫고 명확하게 들립니다. 기관삽관 하기 직전까지 명료한 의식을 보이는 이 몹쓸 병은 의료진의 마음도 힘들게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위드 코로나”를 위해서는 의료인으로서도 극복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통화 마치셨습니까”
“…”
“기관삽관 준비합시다. 미다졸람 5mg IV 주세요”
회진을 마치고 외래진료실에 가니 이미 많은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OO님은 지난주 금요일에 격리 해제 후 퇴원하셨군요. 한 주간 몸상태는 좀 어떠셨습니까?”
“퇴원하고 2~3일간은 기운이 없고 힘들어서 혼났습니다. 지금은 죽도 좀 더 먹고 동네도 살살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때 진료하시던 의사 선생님 맞으신가요? 이렇게 보니 잘 몰라보겠네요.”
“네,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으니 이상하시죠? 그런데 그때 다른 병원에 계신다던 어머님은 어떻게 되셨나요.”
“못 돌아오셨어요…”
“…”
사회 각 분야에서 “위드 코로나”를 외치고 있지만 가장 먼저 준비가 필요한 곳은 바로 의료계입니다.
1) 감기나 폐렴 증상을 보이는 모든 환자는 대증 치료와 동시에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설명해주세요. 특히 폐렴이 있는 환자는 반드시 코로나19의 폐 합병증이 아닌지 확인해야 합니다.
2) 코로나19 발병 시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사람은 백신을 우선적으로 접종받아야 합니다. 특히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은 나이에 상관없이 고위험군입니다. 감염이 되었을 때에도 이분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표1 참고)
3) 백신 접종 완료 후 돌파 감염된 80대 환자보다 백신 맞지 않은 비만, 당뇨 40-50대가 훨씬 위험하고 치료하기 힘듭니다. 백신은 어느 종류든지 가능한 빨리 맞는 것이 이득입니다.
지금까지 경과를 종합해 볼 때 백신만으로 코로나19의 대유행을 간단히 종식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명확해졌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방식대로 역학조사와 격리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일부 의사나 특수한 병원에서만 담당하는 “신종 감염병”이 아니라 급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병” 중에 하나로 의료 환경에서 받아들일 때, 그리고 어떤 호흡기 감염병이든 안전하게 진료할 환경을 만들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위드 코로나”에 한걸음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표1] 중증 코로나19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기저 의학적 상태 (알파벳 순)
인천광역시의료원 감염내과 김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