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월 국내에 유입된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견된 이후 1년 10개월 만에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방역 정책의 전환이 시작될 예정이다. 대구시를 중심으로 발생한 일차 유행의 충격을 넘기고 이른바 3T(Test-Trace-Treat)라고 하는 전파 차단 전략을 수립하면서 방역체계를 유지한 덕에 대부분의 다른 나라와 달리 폭발적인 감염 유행을 경험하지 않았다. 백신의 도입이 늦어지고 불안정한 공급으로 많은 애를 먹었지만 전체 인구의 70% 이상 백신 접종을 완료하였다. 이 과정에서 일차의료기관의 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토대로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장기간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경제적 피해나 사회적 손실이 누적되어 코로나19 피해보다 더 커지는 상황이 되자 위드코로나 전략이 필요해진 것이다.
델타변이바이러스가 지난 9월 이후 전체 확진의 99% 이상을 주도하면서 백신 접종을 통한 코로나19의 전파 차단과 관리가 불가능해졌다. 우리보다 방역 완화를 먼저 시작한 나라들의 경우 방역 완화 속도와 범위가 빠르고 넓을수록 백신 접종 이전과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유행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새로운 변이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어렵게 접종률을 높인 백신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도 방역 완화가 진행될수록 확진자가 증가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안전한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이 무엇일까?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증가하는 환자의 관리를 위하여 ‘재택치료’ 시스템의 확충이 필요하다. 현재는 부분적으로 시행이 되고 있으나 환자 이송 시스템을 넘어서는 확진자가 나오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재택치료를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학적 모니터링, 생활지원과 격리유지 모니터링, 응급이송체계 등을 구축하여 충분한 대응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예산이나 전담인력의 부족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 보완과 지원이 필요하다. 경구 치료제 개발이 되면 외래 진료 시스템 구축도 고려해볼 수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 전략에는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여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을 때 일시적이고 강력한 비상조치를 통해 방역상황을 안정화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중환자 병상 확충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환자 병상 가동률과 병상 숫자보다 중환자 진료 의료진의 확보와 유지가 적절하게 이루어지는 상황인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중환자 병상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는 경우에 대한 기준은 현장 상황을 반영하여 정해야 한다.
어쩌면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이후가 코로나19와의 진검 승부가 될 수 있다. 특히 방역정책 전환 초기의 속도와 범위가 매우 중요하다.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