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COVID-19 범유행과 2020-21시기 인플루엔자 유행이 겹치는 최악의 상황(Twin-demic)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 9월 25일 우리나라는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을 시작하였다. 매년 시행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백신 유통과정의 문제가 제기되며, 국민적 불안감이 커졌고, 2020년 10월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고, 언론을 통해 다수의 사례가 보도되며 현장에서는 혼란이 발생하였으며, 백신 접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국가백신사업에 대한 불신은 공중보건학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미국, 유럽 등에서 나타나는 백신 반대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 백신 접종 후 사망과 인과관계
2020년 10월 22일 언론에서는 다수의 백신 접종 후 사망사례를 보도하고 있으나, 이는 큰 논리적 결합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우려하는 상황은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망이나 현재 보도되는 사망 사례는 사망한 사람이 사망 전 백신을 접종한 상황이다. 이는 조건부 확률의 전형적인 예시로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하였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아래의 간단한 추론으로 이를 증명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3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일평균 사망자수는 동절기에 약간 상승하므로 10월경에는 매일 약 1,000명의 사망이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국가 예방접종률을 약 50%라고 가정하고, 접종의 시기를 2달 정도라고 한다면 접종시기 동안 매일 약 전체 인구의 1% 정도가 예방접종을 받을 것이다. 연령과 성별 등의 고려 없이 단순히 생각한다면 10월의 일일 평균 사망건수 1,000건의 1%에 해당하는 값(약 10건의 사망)만큼이 예방접종 후 1일 이내 사망자로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 사인 중 불명에 해당하는 사망은 약 10% 정도로 매일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는 10건의 예방접종 후 사망 사례 중 10%는 사인이 불명일 것이다. 사인이 불명인 경우는 기저질환이 명확하지 않거나, 급사에 가까우므로 매일 1건 이상의 사망이 예방접종 후 1일 이내 사망으로 나타나며, 원인은 불명에 해당한다. 신고된 사례 중 일부는 접종 3일 후에 발생한 사례까지 포함하고 있어, 이러한 비율은 더 확대될 수 있다.
10월 24일 질병관리청은 2019년 65세 이상 인구 중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7일 이내 사망자가 약 1,500명이라는 것을 통계청과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 자료를 통해 발표하였으며, 이는 노인 인구의 기저 사망률이 높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현재 신고되는 정도의 사건 발생은 예상 가능한 범주임을 알려준다.
즉 단순한 추정과 질병관리청의 발표만으로도 현재 보도되는 수준의 사망이 일반적으로 발생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회상 편견(Recall bias)이다. 회상편견은 의학연구를 수행할 때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특정한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도덕적 책망 또는 기억할만한 사전 사건이 있었다면 그것에 대한 기억과 진술이 강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백신 접종을 그 자체만으로 건강하고 특별한 일이 없는 사람에게 특별한 일로 회상 편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3. 질병관리청 역학조사 잠정 결과 분석
앞서 제시된 사고실험 이외에도 백신 접종 후 발생가능한 부작용 가능성을 원인별 시나리오로 살펴보자.
(1) 제조공정상의 문제
만약 제조 공정상의 문제가 있다면 부작용이 발생한 백신의 종류가 한가지 종류이거나, 한 가지 종류 안에서도 동일 제조번호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조사결과 사망사례가 보고된 백신의 제조사와 제조번호가 다르고, 다양한 백신회사의 제품에서 접종 후 사망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제조 공정상의 문제일 가능성이 낮음을 의미한다.
또한 무료백신으로 통칭되는 국가예방접종사업 대상자 공급 백신에서 접종 후 사망자가 많이 발생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 역시 무료 백신의 주 접종대상자가 노령층이고, 유료 백신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이 공급되었음을 감안하여야한다.
(2) 백신 대량운송과정에서의 문제
무료 백신 대량운송과정에서 변질, 훼손이 있다면 지역적 유사성이 나타나야 한다. 백신 운반은 지역별로 냉장 차량을 통해서 이루어지므로 접종 후 사망사례에서 지역성이 관찰되어야 한다. 즉 동일 지역에서 유사한 사례가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보고된 사례가 지역적으로 넓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운송과정의 문제를 배제할 수 있다.
(3) 백신 소규모 운송, 보관에서의 문제
백신을 소규모 운송하거나 보관하는 과정에서 냉장고 오류 등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경우 동일 의료기관 내 접종환자들에서 경증부작용이나 유사사례가 발견되어야 한다. 하지만 의료기관 내 집단 부작용 발생은 보고되고 있지 않다.
(4) 백신 자체의 부작용
대표적인 백신의 부작용은 아나필락시스, 길랑바레증후군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아나필락시스는 접종 후 매우 단시간 내에 일어나야 한다. 현재 보고된 사례는 아나필락시스라고 보기에 너무 시간이 길다.
길랑바레증후군은 백신 접종 후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 중 하나이다. 그러나 대부분 반나절에서 몇 주 사이의 기간을 두고 근육 무력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증상의 진행을 관찰할 수 있다. 현재 사례들은 급성 사망으로 보이며 그런 증상에 대한 보고는 없다.
따라서 잠정 역학조사 결과만으로는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낮은 것으로 추론함이 타당하다. 또한 노령층만큼 많은 백신을 접종하는 영유아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또 다른 근거가 된다.
또 2020년 10월 24일 신고된 사례 59건 중 46건에 대해 부검 등 원인조사가 이루어져 있으며, 46건 모두 백신과 관련된 사망으로 볼 수 없음이 질병관리청을 통해 발표되었다.
4. 미국의 백신안전자료원의 연구결과
2013년 수행된 미국의 백신 안전 데이터링크(Vaccine Safety Datalink; VSD)를 활용한 연구에 의하면 인구집단 전체에서 백신 접종 이후 일주일 이내 사망률은 백신 접종 10만 회당 약 6명에 이른다. 특히 65-74세 인구집단은 백신 접종 10만 회당 약 11.3명이며, 75-84세는 10만 회당 약 23.2명이다. 이는 백신 접종 후의 사망은 자연스럽게 보고되는 일이며, 고연령층의 사망률은 이미 매우 높기 때문에, 현재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사망 보고에 대한 언론보도가 전수감시에 가깝다 해도, 이례적인 수치라고 보기 어렵다.
5. 맺음말
백신은 인류가 감염병에 대해 가진 최고의 무기 중 하나로 오랜 기간 안전성이 확립되어 왔다. 과거 일부 심각한 부작용의 사례가 있었지만, 현대적인 백신 제조공정과 운반체계가 확립된 후 백신은 매우 안전하다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어 있다.
물론 면밀한 조사가 수반되어야 하나 인플루엔자 백신의 심각한 부작용 특히 사망과 관련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기전 상으로도 사망에 이를 만한 원인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 이번 인플루엔자 백신 유통과 접종 후 사망사례에 대한 우려는 백신 관리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으나 COVID-19라는 특수한 상황과 과도한 관심이 상황을 극단적으로 만들고 있다.
현재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이러한 설명이 정부를 통해서도 이루어지고 있으나, 임상현장에서 예방접종 대상자에 대한 설명과 설득의 의무가 의사들에게 부여되고 있다는 것이다. 근거 중심 의학의 관점에서 백신은 매우 안전하고 효과적이나, 이를 시민에게 손쉽게 안내하기는 너무나 어렵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설명을 임상 현장에 계신 선후배 동료와 공유하고자 한다.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사망에 대한 FAQ
Q1. 질병관리청이 접종 1주일 후 사망자가 작년에 1,500명이라고 했던데 그러면 작년에도 그만큼 죽은 건가요? 이렇게 위험한 일을 왜 말하지 않았나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자료는 예방접종 1주일 후 사망한 분이 1,500명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제가 계속 설명드린 것처럼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해 돌아가신 분이 아닙니다.
간단한 비유로 설명을 드리면 조금 더 이해가 쉬우실 듯합니다. 우리 삶은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므로 교통사고나,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사유로 안타깝게 돌아가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확인해보면 상당수가 아침식사를 하셨을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은 아침식사가 교통사고, 심근경색, 뇌졸중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또 하나의 예로 고혈압약과 당뇨병약을 드시는 분이 사망하셨는데, 사망의 원인이 고혈압약과 당뇨병약이 아닌 것과도 같은 이치입니다.
Q2. 올해는 50건의 접종 후 사망이 알려져 있는데, 그럼 작년 1500명 사망자와는 뭐가 다른가요?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자료는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자료와 통계청의 사망자료를 활용하여 작년에 기록된 접종 후 1주일 이내 사망하신 모든 분이 포함되어 있으신 것입니다. 올해 발표된 사례는 직접적으로 신고 또는 보고된 자료이므로 전체 접종 후 사망률이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마 이번 논란을 바탕으로 자료체계가 정비되고 통계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3. 올해 발표된 사망자는 백신 때문에 죽은 사망자인가요?
부검 결과에 의하면 올해 보고된 사망자 중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을 의심할 만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례는 심장, 뇌졸중, 흡인 등의 문제였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우리나라 부검의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외부에 흔들림 없이 소견을 말씀해주시는 분들입니다.
Q4. 접종 후 1,500명이 죽는 거면 백신이 효과가 없다는 뜻인가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접종 후에 1,500명이 1주일 이내 돌아가시지만, 이는 모든 종류의 사망을 다 합친 수치입니다. 이를 장기간으로 1년 단위로 환산해보면 접종하신 분들이 접종하지 않으신 분들보다 유의미하게 적게 돌아가십니다. 영원히 살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독감 예방접종을 한다고, 고혈압약을 드신다고, 신선한 식품을 드신다고,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신다고 모든 병을 예방하실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고혈압약을 먹고, 좋은 음식을 드시고, 운동을 하시는 이유는 그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독감 백신이 사망률을 줄인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Q5. 그렇다면 왜 이런 자료는 바로 설명해줄 수 없나요?
여기에 안타까운 현실도 있습니다. 먼저 우리나라는 급격하게 성장한 나라로 지금 저희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세대만 해도 가족이나 친구를 수두, 홍역, 결핵 등의 감염병으로 잃으신 기억이 있는 분들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백신에 대해서 대부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셨습니다. 국가 예방접종 사업도 따라서 큰 반대 없이 잘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삶의 수준이 더욱더 좋아지고, 시간이 지나가면서 백신의 효과보다는 비용과 불편만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논란들이 자꾸 일어납니다.
이럴 때일수록 투명한 자료를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전달해드려야 하지만, 그 자료를 만들 수 있는 자료원 구축이 늦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자료를 전달드리려면 예방접종의 시기와 종류, 국민들의 사망과 의료이용 등에 대한 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어야 하지만, 예산과 관심 부족으로 인해 번번이 구축이 지연되어 왔습니다. 이번 일을 기회로 그러한 기회가 주어지길 바랍니다.
Q6. 왜 무료백신에서 접종 후 사망자가 더 많나요?
무료백신에서 접종 후 사망자가 더 많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료백신과 유료백신은 무료백신의 접종량이 훨씬 더 많고, 어르신들의 경우 유료 백신보다 무료백신을 맞는 경우가 많으시고, 유료백신은 무료백신을 공급받는 상대적으로 더 젊고 건강한 집단에서 자주 사용되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Q7. 코로나로 죽은 사람이 300명이고, 백신 접종 후 죽은 사람이 1,500명이라면 코로나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요?
코로나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은 코로나의 발병이 확인되고, 코로나로 인한 다양한 증상을 보이고 사망한 코로나로 인한 사망이 자명한 사례들입니다. 그러나 백신 접종 후 돌아가신 분들은 백신으로 인해 돌아가신 것이 아닙니다. 또한 코로나는 우리 국민의 노력과 희생을 담보로 엄청난 국가적 대책이 수립되어서 이 정도로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외국 사례를 보시면 코로나가 얼마나 고연령층에 피해를 주는지 보실 수 있습니다. 만약 코로나 방역을 포기한다면 미국, 유럽의 사례와 같이 몇 만 명 단위의 추가 사망자가 우리나라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Q8. 백신에 대한 신뢰는 왜 중요한가요?
우리 국민 모두는 코로나 이전의 삶을 바라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자유롭게 놀이터도 다니고, 자주 다니지는 못하지만 외국여행도 다니고 싶습니다.
렘데시비어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현재 유일하게 남은 희망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입니다. 만약 성공적으로 백신이 개발되어 효과와 안전이 증명되고, 전 국민이 이를 접종하신다면 우리는 코로나 발병 이전의 세계로 어느 정도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분들의 어려운 경제적 사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백신에 대한 논란을 해결하지 못하면 이것도 매우 어려워집니다.
왜냐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에서도 지금과 같은 현상은 당연히 나타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나타나는 현상은 사람은 언젠가 죽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에 가깝습니다. 이는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Q9. 코로나 백신도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요?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도 개발이 된다면 전 국민에게 보급되어 접종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인플루엔자 백신에서 생기는 접종 후 사망사례는 동일하게 보고될 것입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지금 보고되는 사례는 백신으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 단순히 백신 접종이 있고 나서 우연히 발생하는 사망에 가까운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과 같이 접종 규모가 크면 반드시 발생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그 현상은 백신의 후유증과 합병증으로 인한 문제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합니다.
만약 현재와 같은 경쟁적, 자극적 보도가 이어지고,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사망에 대한 국민들의 과학적, 합리적 이해가 없다면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는데 까지 더 많은 시간과 희생이 필요할 것입니다.